불암산성 광양 진상면 문화,유적

초가을의 하늘이 맑게 열린 날, 광양 진상면의 불암산성을 찾았습니다. 도로를 따라 굽이진 산길을 오르자, 멀리서 돌로 쌓인 성벽의 윤곽이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산 아래는 광양만이 넓게 펼쳐져 있었고, 그 위로 바람이 부드럽게 흘렀습니다. 성에 가까워질수록 길가에는 낙엽이 두텁게 쌓여 있었고, 돌담 위로는 잡초가 살짝 자라 있었습니다. 오래된 성벽이지만 돌 하나하나가 여전히 단단히 맞물려 있었고, 세월의 흔적이 오히려 그 견고함을 더욱 돋보이게 했습니다. 조용한 산 속에서, 역사와 자연이 함께 숨 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1. 산 아래에서 시작되는 오름길

 

광양 시내에서 차량으로 약 25분 정도 이동하면 진상면 불암리 방향의 표지판이 보입니다. 내비게이션에 ‘불암산성’을 입력하면 작은 마을을 지나 산길로 이어집니다. 주차는 입구 근처 공터에 가능하며, 성지까지는 도보로 약 10분 정도 걸립니다. 초입은 완만한 흙길이지만 중간부터는 돌계단이 이어져 약간의 경사가 있습니다. 길 양쪽으로는 소나무와 단풍나무가 울창하게 자라 있었고, 바람이 불 때마다 솔잎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오르막길 사이사이에는 안내 표석이 세워져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없었습니다. 산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어느새 성벽의 첫 구간이 눈앞에 나타납니다.

 

 

2. 성벽의 형태와 주변 풍경

 

불암산성은 낮은 구릉형 산지 위에 축조된 석성으로, 전체 둘레는 약 1.2km에 이릅니다. 돌로 쌓은 성벽은 자연 지형을 따라 유려하게 이어져 있으며, 일부 구간은 복원되어 단정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성벽의 높이는 약 3m 내외로, 위로 오르면 진상면 일대의 들판과 광양만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성벽 위에는 잡풀이 자라 있었지만, 오히려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그 자체로 고즈넉한 풍경을 완성했습니다. 바람이 불면 성 위로 억새가 일렁였고, 햇빛에 반사된 돌의 표면이 은빛으로 빛났습니다. 산과 바다, 그리고 돌이 어우러진 조화로운 경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3. 불암산성의 역사와 역할

 

불암산성은 백제 후기 혹은 통일신라 시기에 축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광양만과 진상평야를 방어하기 위한 군사적 요충지였습니다. 발굴 조사 결과, 성 내부에서는 기와 조각과 토기편, 철기류 등이 출토되어 당대의 생활 흔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성벽의 구조는 자연 암반 위에 돌을 겹겹이 쌓은 방식으로, 백제의 전형적인 산성 축조법과 유사합니다. 조망이 넓어 주변 지역의 방어 거점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안내판에는 성의 주요 구간과 유적 분포도가 정리되어 있었고, 군사뿐 아니라 지역 주민의 피난처로도 활용되었다는 기록이 함께 남아 있었습니다. 산성의 흔적 속에서 그 시대의 숨결이 느껴졌습니다.

 

 

4. 산성 속의 고요한 풍경

 

성 안쪽으로 들어서면 평평한 터가 나타나며, 당시 군사들이 주둔하던 흔적이라 전해집니다. 지금은 잔디와 잡풀이 덮여 있지만, 곳곳에 돌담 흔적이 남아 있어 옛 구조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주변은 소나무와 참나무 숲이 어우러져 있고, 곳곳에서 새소리가 들렸습니다. 작은 바위 위에는 이끼가 촘촘히 피어 있었고, 바람이 불면 나뭇잎이 바닥 위를 천천히 미끄러졌습니다. 정비된 산책로가 성벽을 따라 이어져 있어 천천히 걸으며 풍경을 즐기기 좋았습니다. 해 질 무렵에는 산 너머로 떨어지는 노을이 성벽을 붉게 물들이며, 고요한 아름다움을 더했습니다.

 

 

5. 함께 둘러볼 인근 명소

 

불암산성을 둘러본 후에는 근처의 ‘옥룡사’를 방문했습니다. 차량으로 약 15분 거리로, 신라 말 도선국사가 창건한 사찰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어서 ‘광양 매화마을’을 찾아 봄꽃이 핀 매화길을 산책했습니다. 점심은 진상면의 ‘백운가든’에서 백반정식을 맛보았는데, 들깨탕과 나물 반찬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오후에는 ‘이순신대교 전망대’로 이동해 광양만의 전경을 내려다보며 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불암산성을 중심으로 자연과 역사, 지역 풍경을 함께 체험할 수 있는 코스로 하루를 보내기에 알맞았습니다.

 

 

6. 방문 팁과 추천 시기

 

불암산성은 입장료 없이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으며, 주차장은 입구 공터를 이용합니다. 봄에는 진입로에 진달래가 피고, 가을에는 억새와 단풍이 어우러져 가장 아름다운 시기입니다. 여름에는 숲이 울창해 시원하지만, 벌레가 많아 긴 옷차림이 좋습니다. 산길이 완만하지만 일부 구간은 돌이 많아 등산화를 신는 것이 안전합니다. 오전에는 남쪽 햇살이 성벽을 비추어 사진이 잘 나오며, 오후 늦게는 광양만의 노을이 장관을 이룹니다. 비가 온 뒤에는 성벽 사이로 빗물이 흘러내려 자연스러운 물길을 이루는데, 그 모습도 색다른 매력을 더합니다.

 

 

마무리

 

광양 진상면의 불암산성은 크지 않지만, 바다와 들판, 그리고 산이 한눈에 어우러지는 역사적 명소였습니다. 돌의 질감과 바람의 방향, 그리고 하늘의 색이 한데 섞여 만들어내는 풍경이 특별했습니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성벽 위를 걷다 보면, 그 안에 담긴 백제의 흔적이 조용히 전해집니다. 단순히 옛 성이 아니라, 자연과 사람이 함께 만든 시간의 유산이었습니다. 다음에는 봄 햇살이 따뜻할 때 다시 찾아, 푸른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성벽의 빛을 바라보며 또 다른 불암산성을 만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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